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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과나무는 누구입니까? 2004/11/04 09:45
[흐린/어제] http://nfeel.co.kr/tt/479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자신의 인생에 큰 교훈을 준다거나 변환점을 가져오게 하는 계기를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대체로 학창시절 은사님의 어느 한마디에 자신의 목표나 진로를 바꾸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통해서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게도 그런 사과나무 같은 분이 계셨다.

고2 시절 국어 선생님이자 첫 담임으로 우리 학교에 부임하셨던 그분은 파릇파릇한 향이 물씬 풍기며 두꺼운 뿔테 안경 넘어로 따뜻한 미소가 느껴지시던 분이셨다.

흡사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에서의 키팅 선생님의 실제 모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훗날 갖게 될 정도로...

89년 부임 초니깐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분을 따라 한건지도 모르겠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국내에 90년도에 개봉되었다.)

학기 첫 국어 시간...
우리 모두는 그분이 쏟아내는 첫마디 부터 놀라움과 경이로움의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국어 교과서 첫장부터 강의를 하면서.. 문공부(?) 검정.. 국어라는 말의 의미... 등등 과거의 그 어느 국어 시간에도 접해 보지 못했던 강의 내용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첫 국어 시간을 정말 국어책 1페이지 부터 2페이지까지를 배우는데 보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걱정스런 얼굴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기에 바뻤고 그 와중에서도 질 좋지 못한 녀석들은 그 분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두번째 국어 시간이 돌아 왔을 때.. 설마하던 우리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강의는 계속해서 3페이지부터 시작했다. (3페이지는... 1페이지와 거의 동일한 페이지다.)

국민교육헌장이 나왔을 때 선생님은 나지막 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국민 교육 헌장은 일제시대의 잔존물이다. ....... 하략'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시고는 이렇게 맺음 하셨다.

'그 페이지를 찢어라'

세상에 교과서를 찢으라니... 우리 모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 보았고 하나 둘씩 책을 찢는 소리가 났다. 흡사 정말이지 '죽은 시인의 사회'와 너무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 되었다. 여기 저기서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났다.

이후로도 그분의 교육방침은 다양하고도 흥미로움의 연속이었다.

이런 그분의 모습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내가 가진 고민들을 털어 놓으며 함께 풀어가는데 큰 역할을 해 주셨다. 내 이상과 꿈.. 그리고 목표도 많은 부분 수정되었고 나는 그렇게 함으로서 세상의 한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 심리를 갖게 되었다.

한때 파라다이스 반으로 불리우며 다른 반 학우들의 부러움을 샀던 우리도 학기말이 되면서 급변해 갔다.. 풀어질대로 풀어져 버린 망아지들은 반항의 극을 치달아 가버렸다. 보다 못한 선생님은 자신의 잘못을 질책하시며 어느날 단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몽둥이를 들고 들어 오셨다.

그리고는 반 전체를 돌아가면서 매질을 하셨다. 마지막 학우의 매질이 끝나고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다시 1번부터 나와서 나를 쳐라'

우리 모두는 갑자기 변한 선생님께 배신감과 알 수 없는 미묘한 기운이 동반되면서 수군 거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돌아가면서 선생님께 매질을 시작했다.

몇몇 학우들은 배신감과 분노로 인하여 더욱 세차게 내리쳤고..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분이 왜 이래야만 했을까? 너희들은 왜 그걸 모르는거지...

모두가 매질이 끝나고서는 동병상련이라고 약간의 침묵과 함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에 우리 모드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다큰 남자녀석들이 우는 울음은 제 3자가 보면 웃길 수도 있지만 그때 우리는 세상이 얼마나 험난한 지를 알게 해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기에 그렇게 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란만장한 고3 시절이 다가 오면서 이런 나의 이상과 꿈은 갈갈이 찢겨 나갔고.. 그분 역시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항의성 투고와 동료 분들의 질책... 학부모 협회 등을 통한 강한 불만 따위로 인하여 점차 세상과 타협하게 되어 갔다.

어찌되었건 난 그분의 모습이 담긴 고2 시절 89년만을 기억할 것이고 그것만이 내가 앞으로를 살아가는데서도 큰 힘이 될거라 믿는다.

내게 이토록 큰 힘이 되어 주었던 사과나무 같은 그분..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과나무가 되어 주길 바래본다.

Trackback2 | Comments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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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ooMoo'S...i den tt 2004/11/05 21:20 DELETE
제목: 저는 믿음의 사과나무가 키워주신 사과입니다.
저의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과나무는 바로 가족입니다. 저를 탐스런 사과(?)로 키워주신 으뜸 사과나무입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채워 주시고, 나쁜점은 혼내주시고, 잘한 것은 잘했다고
Tracked from 함장의 바다 2004/11/05 22:53 DELETE
제목: 사과나무 - 실천하는 자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MBC에선 '사과나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MBC를 이끄는 만능 아나운서 세명이 진행하는 것인데요. 그 방송의 모토는 이러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 빛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
* 이 글의 덧글들 ::
soonong 2004/11/04 09:52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네요..제 고등학교시절을 생각해보면.. --;
7828 2004/11/04 10:18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soonong / 그래서 제 사과나무인거죠...^^;
rigil 2004/11/04 11:44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감동이군요.
7828 2004/11/04 12:17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rigil / ^^;
그린애플 2004/11/04 12:35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애플트리~
아하하하하;;;;
7828 2004/11/04 12:37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그린애플 / 네..당첨! 애플님 트랙백 쏠거죠? ㅋㅋ
그린애플 2004/11/04 13:55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제 블로그.......



트랙백 안쏴져요 -┏
[근데 메일은 받으신거예요?]
7828 2004/11/04 14:09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그린애플 / 무슨 메일요? 주소 보내신 메일 말하시는 거죠..? 그거 받고 답장도 보내드렸는뎅... 우잉...
7828 2004/11/04 14:11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그린애플 / 혹 .. 이제 메일 보셨구나..ㅋㅋ 방금 답장 주신거 확인했슴.. 그나저나 트랙백 안쏴지는 블로그...--; 기냥 이야기나 들려 주세요..안쏴도 되니깐..ㅎㅎ
피오넬 2004/11/05 16:54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제 방명록에 숙제 내주신거 보고 찾아왔어요.
아마도 이번 숙제엔 '백지'를 내야할 것 같군요.

사과나무라고 칭할만한 특별한 사람이 떠오르질 않아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라고 해봐야 '촌지'로 얼룩지거나, 변태스러웠던 사람들만 기억이 날 뿐이에요. -.-;;

혹시.. 까먹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써보도록 할께요. ^^;
7828 2004/11/05 18:50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피오넬 / 피오넬님 0점 처리;; ㅎㅎ..
설마 그래도 그런분이 한명도 없겠어요? --;
MooMoo 2004/11/05 21:31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너무 당연한거라고 타박하지는 말아주세요. 호호^^;
의외로 전 나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많네요.
전 그다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 같은데...부끄러워라ㅠㅠ
7828 2004/11/06 09:43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MooMoo /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이네요..^^;
저는 아직 그걸 모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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