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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갈기는 백수의 왕에 어울리는 왕관역할을 하며
말이나 소의 꼬리털은 파리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새의 벼슬은 이성을 유혹하는데 유용하며,
고양이는 수염을 잘라버리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인간 남자는 수염이 나기 시작할 때 남자가 된다.
사춘기 시절,성장이 느린 소년들은 매일 아침 거울에 매달린다.
'거울아, 거울아, 내 수염은 언제 나니?'
하고 물어보고 싶지만, 거울은 너무 신중하다.
이 시절 남자아이의 꿈은,
구레나룻과 턱수염이 멋지게 연결된
서양인들과 같은 완벽한 턱수염과
총채를 얹어놓은 것 같은 털북숭이 가슴이라서
때론 발모제까지 사용해보지만,
타고난 인종적 특성은 뛰어넘을 수 없다.
그는 곧 현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수염이 서양인들처럼
이어서 멋지게 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오랜 기간 고생하여 길러봐야 대개는'내시 수염'이 된다는 것을.
게다가 사회는 수염을 원하지 않는다.
수염은 단정치 못한 인상을 줘서 괜히 튀려는 사람으로 오해받게 하고,
때로 면접에서 떨어지게 만든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여자들이 좋아하질 않는다.
몇 해 전부터 무성한 다리털조차
그녀들에겐 '징그러운 어떤 것'이 되어버렸고,
이젠 반바지를 입을 때 남자들도 다리털을 제거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수염을 길러서 좋은 점이 있긴 하다.
첫째, 굉장한 뉴스-매일 아침 면도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둘째, 만일 그에게 무성한 턱수염이 있다면,
'이거 진짜예요?' 하고 수염을 잡아당기며
말을 걸어오는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놀라지 마시길,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데,
그녀는 수염 매니아일 뿐이다.
진정 남자가 바라는 '진짜남자'에 대한 로망은 반면 이것 뿐만은 아닐 것이다. 숱한 진짜남자에 대한 멋스러움에 대한 상상이 이 사회를 살아오면서 한낱 미천한 그것에 불과함을 깨닫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들지는 않는다.
사실 진짜남자가 되기 보다는 '진짜 인간'이 되는게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인간미가 상실된 남자는 아무리 그 멋스러움에 대해 현실로의 반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폄하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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